물리학은 처음인데요
『물리학은 처음인데요-수식과 도표없이 들여다보는 물리학의 세계』
마쓰바라 다카히코 지음, 이인호 옮김, 행성B, 2018
이 책은 저자가 학부생 대상으로 강의를 하던 중 문과생들은 유독 물리를 혐오한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겨 물리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자 집필하게 된 책이다. 따라서 물리학이지만 물리학의 수식은 전혀 나오지 않고, 그저 논리적인 설명으로만 기술되어 있다. 물리학적 기본 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긴 하지만, 물리학에 대해 무지 (= 세상 이치에 대한 과학적 원리) 한 나로서는 중간 중간 책을 멈추고 다시 한 번 의미들을 곱씹어 봐야할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이로운 세계에 대해 미약하게나마 알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만큼 정말 친절하게 잘 쓰인 책이다. 학창시절 물리를 이런 식으로 접근하여 학습하였다면 세상에 대한 이치를 좀 더 일찍 깨달았을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들 지경이었다. 물리는 단순히 ‘수식’과 ‘도표’ 이상인데 학교 다닌 시절에 배운 물리는 알 수 없는 공식과 범접하기 힘든 세계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부터 들었던 것이다. 물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과 물리에 까막눈인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상대성이론’이 얼마나 획기적으로 위대한 물리학적 발견임과 동시에 우리 삶의 철학적 단계를 끌어올린 패러다임이 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면 이 광활한 우주에 한낱 티끌인 나의 존재 여부가 더욱 가슴 벅차오르고 풍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장은 물리학의 아름다움, 2장은 근대 물리학, 3장은 원자론, 4장은 미시 세계, 5장은 양자론 6, 7 장은 시 공간의 물리학 즉 상대성 이론, 8장은 현대 물리학의 방향에 대한 정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순서대로 읽다보면 근대 물리학부터 현대 물리학까지 개괄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
19세기 말 막스 플랑크는 열역학을 연구하다가 에너지의 최소단위인 ‘양자’를 발견하게 된다. 뉴턴 역학에서는 에너지를 1개, 2개로 셀 수 없는 연속적인 값으로 보았지만, 플랑크의 이론으로는 진동 에너지가 그 최소 단위의 정수배가 되어야 한다. 연속적인 줄 알았던 에너지가 ‘양자화 quantization’ 하여 1개,2개로 셀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플랑크 자신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고, 다른 물리학자들도 잘 이해하지 않았다. 이 이론을 발전시킨 사람은 그 유명한 아이슈타인이었다. 플랑크가 에너지에 최소값이 있다고 가정했다면, 아이슈타인은 방출되는 전자기파 그 자체의 에너지에 최솟값이 있다고 본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전자기파 자체가 양자화되어 있으며 이를 광양자라고 명명했다. 이 광양자 이론에 따라 물체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를 계산해도 플랑크의 수식이 들어맞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빛의 에너지는 연속적이지 않으며 광양자로 되어 있다’는 아이슈타인의 가설로 이어졌다. 이는 후에 방출되는 광자의 에너지도 확률적으로만 예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라는 말로 이런 확률적인 물리학적 현상에 대해 동의하지 않음을 암시하였다. 양자역학의 이론을 제시하긴 하였지만 평생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에 지적하였고 기본 이론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위치가 모호하고, 관측자의 관측에 따라 관측 결과가 다양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 관찰할 때마다 세계가 분열한다고 볼 수 있기에 이를 ‘다 세계 해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는 여러 가지 상태를 중첩시켜 해석할 수도 있다.
에너지의 총량은 변함이 없다는 전제하에 원자가 특정 에너지의 광자만을 방출하고 흡수한다면, 원자가 지니는 에너지의 값은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으며 이는 원자의 에너지도 양자화되어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이후 하이젠베르크는 행렬연산을 적용해 양자 세계는 우리의 일상적인 계산법이나 기존 물리학의 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질적인 세계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 후 슈뢰딩거는 파동을 이용한 파동 방정식을 찾아냈는데, 신기하게 행렬역학과 같은 결과를 보여주게 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 하이젠베르크는 원자 속 전자에 대해 알아내려고 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주장 속에 행렬역학을 발전시킨 거고, 슈뢰딩거는 파동을 통해 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파동역학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다른 출발점이었지만 결론은 같게 나온 것이다. 즉, 전혀 다른 전제와 사고방식으로 출발하였지만 수학적 증명은 같은 결과를 향하고 있던 셈이다.
그 이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관찰자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보인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 후 중력이라는 힘을 시간과 공간의 성질로 설명한 ‘일반상대성이론’ 역시 제시하였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설명하였지만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주지 못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왜 만유인력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상대성이론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물체가 똑바로 움직이고 있다면 가속하고 있는 관측자가 볼 때 휘어져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속도가 서로 다른 관측자들 사이에서는 시간과 공간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가속하고 있는 관측자는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이렇게 물체가 똑바로 운동하지 않게 보이는 걸 관성력의 정체라고 설명하였다. 결국 중력은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라 시공간이 휘어져서 생기는 힘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는 기존에 존재했던 ‘리만 기하학’이라는 시공간을 다루는 수학에 의해 완성할 수 있었다.
물리는 끝이 없는 무궁무진함을 지니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통달하고 알게 되었다고 하는 순간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세계는 하나가 아니다.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수만큼 세계는 존재하는 것이니까.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이 책을 읽고 물리학에 관해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겼다면 성공이라고 하였는데 정말 신기하게 이 책을 읽고 나니 물리에 대해 한걸음 다가가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경이로운 이 세계에 ‘안녕(hello)’ 하고 말을 건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