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helmets
비극은 언제나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알레포가 이미 정부군에 거의 점령당한 시점에 더 이상 미국의 개입은 의미가 없으며 앞으로도 뜻밖의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오바마 행정부도 더 이상 아니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당선전부터 시리아 내전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특히나 그의 친 푸틴 관계를 미루어 보아 반 러시아 적인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상 시리아는 정부군이 주도권을 가지게 되는데 알카에다 등의 테러세력들과 얽힌 반군들이 어떤 공세를 펼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른 대량 난민들의 문제 또한 어떤식으로 처리될 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얼마전 읽은 지젝의 인터뷰에서 "좌파들은 난민들에 대해 비난하는 걸 꺼려한다. 그들 사이에도 분명 악인들이 존재한다" 는 류의 발언이 떠오른다(어렴풋한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물론 동의하는 바이다. 선인만 존재하는 사회란 당연 존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수 백, 수천 번의 폭격과 눈 앞에서 사람이 갈기갈기 찢기는 장면들을 수 년간 보게 되면 온전한 정신을 가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난민'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인류애적 관점으로 접근할 대상일 것이고 누군가는 구별짓기의 '타자'의 관점이나 사회학적인 관점으로, 누군가는 경제적 비용 타산의 계산적 접근으로 누군가는 그저 '포비아' 로만 치부될 수 있는 문제지만, 그들 역시 지금 지구에서 살고 있고 살았었고 앞으로도 얼마간은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그리고 우리는 쿠르디의 죽음을 보고 잠깐 '가슴 아프다'고 했다가 다시 일상생활을 보내고 또 얼마 후 다크니시의 공허한 표정과 참혹한 모습을 보고 '전쟁이란 나쁜 거야' 라고 한마디 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동정어린 시선, 지형적, 역사적 문제의 복잡성, 경제 비용의 셈 속에서 필요한 것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논란이 되고 있는 존재인 "White Helmets" 역시도 그들이 테러리스트와 일을 하건 아니건의 문제보다는 평범한 직업을 가진 그들이 왜 그토록 폭격현장에 내몰리게(혹은 자의로) 되는 '과정' 자체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본다. 이 다큐멘터리가 어떤 이들에겐 프로파간다로 보이겠지만 나에겐 21세기에 진행되는 참혹한 현장이며 앞으로 지구 어디선가 또 겪을 수도 있는 음울한 디스토피아 같았다. 야만의 폭력은 예나 지금이나 늘 겪은 일이니까...
(white helmets trailer)
https://m.youtube.com/watch?v=3wj4ncIEDxw
white helmets tra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