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Silicon Valley
https://www.imdb.com/title/tt2575988/?ref_=nv_sr_srsg_0
Silicon Valley (TV Series 2014–2019) - IMDb
Silicon Valley: Created by John Altschuler, Mike Judge, Dave Krinsky. With Thomas Middleditch, Josh Brener, Martin Starr, Kumail Nanjiani. Follows the struggle of Richard Hendricks, a Silicon Valley engineer trying to build his own company called Pied P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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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는 프로그래머 너드들의 성장기 같은 이야기이다. 이 TV 쇼의 주요 포인트는 매회 갈등이 표출되면서 겨우겨우 진정되는 현실적인 스토리라인이라는 점이다. 성공을 꿈꾸는 혈기왕성한 청년들이지만, 매번 좌절과 위기를 겪는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실제 회사 규모도 그렇고. 리더십이 없는 리더인 리차드,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 지니어스 길포일, 코딩 자체에 패티쉬를 느끼는 드니쉬. 인큐베이터를 만들어 미래 사업가들을 투자하여 지분을 확보하고자 하는 에릭 버크만. (아쉽게도 시리즈 중간에 하차한 듯 보이지만.) 전형적인 사업가적 면모를 풍기며 산업의 판도를 흔들지만, 개인적인 억하심정에 의해 모든 게 비롯되는 게빈 벨슨. 그런 그를 자극하는 라이벌 피터 그레고리. 리처드의 진심 어린 열정을 알아봐 주고 아낌없는 지원을 주고자 하는 모니카. 어쩌다 실리콘 밸리에서 돈벼락을 맞아 돈을 물 쓰듯 쓰는 빅 헤드와 러스. ‘전문 경영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곳저곳 전전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저 계약직일 뿐인 잭 바커. 모두가 다 실리콘 밸리에 있을 법한 캐릭터 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좋은 직장을 다 버리고, 오로지 리처드만 바라보는 게이 같은 풍모의 제러드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제러드의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고자 다른 캐릭터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개인적 배경을 많이 노출시키고 있다. 마치, 제러드의 평범하지 않은 성장 배경이 그의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행동들의 요인처럼 보이게끔 말이다. 캐릭터의 비현실성을 현실성 있게 그리려는 노력은 가상해 보이긴 하지만 그런다고 캐릭터의 입체감이 부과되지는 않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러드의 캐릭터는 사랑스럽다. 그건 순수하게 잭 우즈가 만들어 낸 연기톤이 한몫하는 듯하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매 에피소드마다 펼쳐지는 그야말로 역동적인 위기들뿐만 아니라, 마지막 엔딩에 있다. 그들은 과연 백만장자가 될 수 있을까? 그들의 기업은 리처드가 지향하는 대로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세상에 안겨다 줄 수 있을 것인가? 이것들에 대한 대답을 최종적으로 아주 멋지게 해 주었다.. 더 이상 이렇게 완벽한 결말을 선사해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막연하게 그려졌던 실리콘 밸리의 생태에 대해 더 구체화시킬 수 있게 된다. 특히나 투자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기업의 현실. 느닷없이 찾아오는 법률 소송, 기업적 가치에 대한 분석보다는 감정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 가치 평가야 나중에 투자금에 맞게 부풀리면 된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과 내일은 손잡게 될 수도 있다. 누구도 영원한 동지는 아니고, 적은 아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오늘의 쓰레기가 내일은 원석이 되고, 오늘의 원석은 내일에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일이 힘들어 인력을 더 충원하자니 비용이 발생하고, 비용의 부담을 줄이고자 인력을 축소하면 업무량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된다. 무슨 결정이든 쉬운 건 없으며, 믿을 건 이 기업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가치일 뿐이다. 그래서 이 TV 쇼는 단순히 스타트 업에 대한 스토리가 아니라, 인생이란 무엇인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지향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뒤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리처드의 신념에 응원하게 되고, 그의 성장에 감동하게 된다. 그들은 기업을 운영하면서, 여러 문제들에 직면하면서, 그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게 되면서 삶에 대한 대처 방법을 배우고, 현명하게 ‘인간으로서’ 성장하게 된다. 애당초 그들 모두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엄청난 부를 누리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라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그들이 하는 일을 사랑했고, 온 열정과 시간을 다 투자해도 마냥 충만함을 느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이 잘 되면 좋은 거지만, 그 부수적인 결과들, 돈과 명예에 대한 집착이 크진 않았었다. 그런 열정과 신념이 그들을 더욱 자라게 했던 동력일 것이다. 과연 나는 그들처럼 내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해 몰입해본 적이 있었던 가도 뒤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경험을 귀한 자산으로 일구어나갈 수 있었던 것일 게다. 억지로 했던 일이 아니라 정말 좋아서 했던 일들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현재 실리콘 밸리가 직면해 있는 여러 현안들에 대해 폭넓게 다루진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 ‘진 양’은 어눌한 영어를 사용하며, 에릭 버크만을 사칭하는 사기꾼으로 묘사되고 있다. 물론 ‘진 양’의 캐릭터가 코믹스럽기도 하고, 중국 기업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마냥 긍정적일 수많은 없겠지만, 아시아인들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 같은 묘사가 조금 거스르긴 했다. 또한 실리콘 밸리에서 대두되는 인종적 편향성과 차별성에 대한 한 꼭지의 정도의 분량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쇼 자체가 너무 훌륭해서 이런 아쉬운 점이 남는 법이다. 관련해서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회사 직원들 누군가에게 비자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당연 사람들은 파키스타인인 드니쉬 문제일 거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캐나다인인 길포일의 문제였다는 점은 사람들의 인종적 편향성에 대한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통쾌하긴 했다.
또한, 요새 한참 이슈화 되고 있는 실리콘 밸리에서 노동조합 문제 등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어서 아쉬웠다. 물론, 드라마가 시즌이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떨어져서 그런 문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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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혁신적이고 평등한 ‘꿈의 직장’ 실리콘밸리는 없다
올해 초 구글 본사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노조 이름은 모기업 이름을 딴 ‘알파벳 노동조합’. 소수자 차별, 성차별, 사내 성폭력을 겪은 직원들이 1년간 노조 결성을 비밀리에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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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쉬운 점들은 그만큼 이 쇼가 현실적이고 통렬해서 더 완벽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시즌 6까지 보는 내내 즐거웠다.
또한, 정보에 대한 민주적인 접근 방식, 인터넷 분산화, 한 대기업에 의해 종속되지 않은 소유권 등 정보화 시대에서 직면하고 있는 여러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해준다. 이 꿈과 같은 판타지는 비록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만큼 값진 교훈을 제시해주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어렴풋이 제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