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르네상스

sonatine97 2017. 8. 6. 10:53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5340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르네상스의 시초라고 보는 마사치오의 삼위일체 이전 피렌체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배경에 대해 소개하고 왜 피렌체가 그 특별함을 간직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기술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흔히들 풍요로운 피렌체 르네상스의 기반에는 메디치 가문의 절대적인 자본권력에 기인했다고 보는게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는 견해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르네상스'라는 현상은 그 이전에 자리잡은 피렌체의 문화적 토양, 사회 분위기, 정치적인 상황 등을 맞물리며 단순히 한 가문의 탐욕적인 예술적 욕심이 아닌 자연스러운 문화적 발로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례로 우첼로 같은 경우는 원근법을 '혼란스러운 감정을 담아내는 도구'로 사용하였으며 ( <대홍수, 그리고 홍수의 물러남>, 파울로 우첼로, 1447,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선 원근법은 고대로부터 전래한 절대진리인 유클리드 기하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단순히 예술의 측면에서 원근법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동방박사의 경배>에서 과학적인 탐구의 한 방편으로서 회화의 새로운 역할을 천명했다고 볼 수 있다. 즉 회화가 과학적인 방법을 따르게 됨으로써 새로운 지식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회화의 새로운 역할이 르네상스의 기본이 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14002년 밀라노 침공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피렌체 사람들은 자신들의 위치와 소수 자유공화국민에 대한 인식을 명료하게 하면서 인간에 대한 책임, 시민으로서의 책무 등에 대한 의식이 싹트면서 인문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에 대해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예술, 철학적 기반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고 하였다. 이런 철학적, 사회적 흐름의 절정을 보여준 것은 '오르산미켈레'에 조각된 성인들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 벽에 새겨진 성인들은 피렌체를 보호하는 성인들이라는 의미 외 피렌체 정신이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각인시켜 주고자 하였던 것 같다. 

기베르티, 도나텔로, 난니 디 반코 등이 작업한 이 조각상들은 '앞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고대의 미술에서 발견된 새로운 형식, 그리고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서 탄생' 하였다고 하였다. 이 조각들은 공공성을 띄고 있으며 대중들에게 어떤 공공의 지표를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바사리가 지적했듯이 피렌체 미술은 단순히 후원자와 기술자 간의 거래에 통해서 표현된 양식이 아닌 어떤 선구자적인 의식의 발로가 깃들어져 있으며 미술을 통해 사회 철학적 가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함을 작가들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의미로 보면 뼈 속까지 피렌체 인이었다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 지니는 함묵적인 의미와 그 다비드 상의 강렬한 눈빛은 미켈란젤로의 독자적인 표현 방법이라기 보다는 '오르산미켈레' 성인 조각상들과 맥을 같이 하는 그 공공성, 피렌체 정신(인간에 대한 의지, 시민에 대한 고뇌) 을 더욱 더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들 부르는 예술이란 작가 개개인의 내적 표현일 수도 있지만, 한 시대를 뒤돌아 볼 때 개인적으로 발현되는 예술이라기 보다는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등의 구조적인 사회 체계 내에서 생성되고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사보나롤라 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는 통치자의 역사적 뒤안길을 살펴볼 때 그 당시 유행이었던 화풍을 어떤 식으로 해석할 것인가는 상당히 흥미롭다. (저자는 사보니롤라를 논란의 통치자라기 보다는 기회주의적이고 영악한 위정자라고 평하고 있지만, 사실 사보나롤라는 루터의 종교개혁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던 종교적 이상주의자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종교와 정치를 이상적으로 조화롭게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에 가깝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 


또한, <다비드>에 대한 작가들의 차용방식이 새삼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미켈란젤로의 웅장한 <다비드> 보다는 도나텔로의 <다비드> 처럼 중성적이고 소년적인 이미지의 작품이 더 끌리는 편이다. 도나텔로의 <다비드>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하는데 이 또한 도나텔로의 작품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이다.  도나텔로의 또다른 작품인 <유니트와 홀로페르네세스>에는 이런 명문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왕궁은 사치로 망할 것이며, 도시들은 선함을 통해 흥한다. 겸양함에 의해 잘린 자만심의 목을 바라보라." "코지모 데 메디치의 아들 피에트로는 이 여인의 조상을 피렌체 시민들의 꺾이지 않는, 영원한 정신이 공화국에 부여한 자유와 꿋꿋함에 헌정한다. " 


미술은 그 자체로 미술이었던 적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