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
간혹 블로그 등을 통해서 보던 총기와 전쟁 관련 글을 쓰시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와 있는 줄은 몰랐다. 이 책은 그야말로 총기 입문자들에게 적절한 책이었다. 크게 권총, 소총, 기관단총, 자동소총, 기관총 등의 섹션으로 나눠 그 세부적인 모델들에 대한 설명을 해놓은 책이다. 나야 총기 문외한이니 기껏해야 아는 총이라고는 M16, AK-47,M3,Maxim gun, Glock 정도인데 (이것도 사진을 보면 구별하진 못하고 이름을 아는 정도), 이런 입문서를 보는 재미가 나름 괜찮았다. Person of Interest 에서 나오는 '쇼'가 쓰는 총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한 총기에 대한 흥미는 더욱 진척되진 못하였지만 이렇게 입문서를 보고 나니 내가 생각한 총기 그 이상의 의미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예를 들어 별로 성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인기 제품이 된 LUGER P08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 장교들이 사용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명성을 얻게 된 제품이라는 점, 톰슨은 제작자의 의도와 달리 갱들에게 인기있는 제품이 되면서 마피아의 총 = 톰슨 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자 제작자인 톰슨이 크게 분노하였다는 등의 이야기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들이었다. 여지껏 총 하면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디자인이 좋은 총, 성능(거리,명중률,소음 등) 이 뛰어난 총 등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그 발생 과정과 제작자의 의도 등 까지 읽고 나니 총을 하나의 문화적,사회적인 코드로 읽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 보였다. 단순히 어떤 총이 좋다 '표준화'되는 것도 아니고 각 전투별, 각 시대 문화별, 사용 계층에 따라 선호하는 총기류도 전혀 달랐는데 이러한 지점들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한다면 재미있는 문화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각 총들을 해부한 사진과 함께 그 원리들을 설명하고자 하였는데 막연하게 어떤 식으로 성능이 향상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으면 좋았으려만..나 처럼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크게 와닿지 않긴 했다.
하지만 백문이불여일견..써보지 않으니 내가 그 성능에 대해 잘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직접 보지도 못했으니 그 디자인 역시 2차 이미지에 불과하니 논할수도 없겠다. 또한 각 총들의 원리(블로우백 방식, 가스작동, 리코일 등 용어들도 생소한) 가 나처럼 과학에 취약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생경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FPS 게임이라도 시작해봐야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나 약간 고민하였다. 그리고 파리 동역에서 봤던 커다란 총기상점(대형 쇼윈도우에 갖가지 총기들을 전시해놨던)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게 아주 쬐금 아쉽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