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ssippi Grind
http://www.imdb.com/title/tt2349144/?ref_=nv_sr_5
두 도박 중독자들의 로드 무비
1. 너무나 현실적인 도박 이야기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둘 다 도박을 좋아한다. 한 명은 이혼남으로 혼자 살아가지만 근근하게 부동산회사에서 일하며 억지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유일한 낙은 도박판. 각종 모든 내기를 좋아한다. 또한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빚이 있다. 번드르한 거짓말을 달고 산다. 주변에서 진실된 일상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혜성처럼 도박친구가 등장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도박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고 취향도 비슷하다. 그런 그 둘은 친구가 되고 도박원정길을 떠난다.
이렇게 되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화끈한 승리의 향연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이 영화는 승리가 승리가 아닌(큰 패배를 위한 단초에 더 가까운) 형태로 다가온다. 목표지점이 뉴올리언스이지만 뉴올리온스까지 가는 경비 및 도박대회 출전비 충당을 위해 정차하는 도시마다 도박게임에 참여하게 된다.늘 그렇듯이 승리뒤엔 패배, 패배 뒤엔 작은 승리 등의 반복곡선으로 인하여 게리(벤 멘델슨 분)은 자신의 운은 항상 곁에 있다고 느낀다. 언제나 승리를 목전에서 놓쳤다는 아쉬움 뿐이다. 다음에는 정말 잘 할 수 있을 거야. 라면서 말이다.
반면 커티스(라이언 레이놀즈 분)은 그럼 게리를 측은하게 바라보지만 그 역시도 게리의 행로를 닮아갈 수 밖에 없는 도박중독자일 뿐이다. 둘이 닮은꼴이라는 건 영화 극 초반에 제시된 '무지개'에 대한 열렬한 지지에서 읽을 수 있다. 비온 뒤 잠시 떴다 사라지는 무지개. 이 후에 맑은 햇빛과 청량함이 연상되는 무지개에 대한 열렬한 그들의 지지는 흡사 도박에 대한 열정과도 비슷하다. 큰 패배를 맛본 후에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이 무지개에 대한 환상 때문인 것이다.
2. 미시시피 그라인드
이 영화 제목이기도 한 미시시피 그라인드는 이 영화속에서 한 번 등장하는데 그건 커티스와 개리가 참여하였던 경마 경주에 등장했던 경마의 이름이었다. 이 경마경주를 기점으로 커티스와 게리는 지금껏 동일선상에서 배치되어왔던 지점을 정 반대의 지점으로 향하게끔 한다. 한마디로 게리는 경마에서 패배하고 커티스에게 측은함만을 안겨준 채 쫓겨나게 되는 세미다.게리 몰래 상금을 차지한 커티스는 게리를 등지고 혼자만의 길을 가고자 한다. 하지만 도박과 내기를 좋아했던 그들은 각각의 다른 사건들로 인해 결국 또 같은 길에 들어서고 만다. 그들의 운명은 여전히 동일선상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마주치게 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큰 돈을 따내지만 게리는 마냥 기쁘지는 않다. 결국 어차피 이 돈은 도박판에서 또 쓰여질 것이며 똑같은 쳇바퀴가 될 것을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커티스에게만은 커티스가 이야기한 마추픽추에 가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다.마추픽추는 커티스가 말한 '나의 마지막 여정이 될 곳'이라고 외쳤던 곳이다. 마추픽추로 떠난 커티스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모른다. 아마 여전히 똑같이 도박과 내기를 해대며 살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무지개만큼 큰 의미가 생기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여정의 종착점에서 말이다.
3. 디테일한 세부 묘사들
이 영화는 역시 배우의 힘이다. 벤 멘델슨과 라이언 레이놀즈는 완벽한 도박 중독자들이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카지노판에서 현란한 손연기와 승부에 불탄 눈빛을 보여준다는건 아니다. 세부적인 하나하나의 설정들 속에서 그 둘이 도박중독임을 끊임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령 게리는 손님들에게 집을 보여줘야 하는데 열쇠는 하나도 맞지를 않는다. 말로는 '이 집이 꼭 마음에 드실거에요'라고 하고 있지만 벽에 기댄 표정에서는 지루함과 삶에 대한 고단함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또한 도박판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 내기 위해 '행동을 통해 본 심리'라는 씨디를 항상 듣는다. 가령 자신이 없거나 그말이 진실이 아닐 경우 어깨를 움추리는 동작을 보여줍니다. 라는 식의 멘트들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익힌 기술들로 카지노판에서 호되게 당한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전처의 집에 들어가 몰래 돈을 빼오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중독상태가 심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리를 미워할 수 없는 건 그가 에릭사티의 곡을 피아노로 연주해서도 아니고 딸에 대한 애절함이 남아 있어서도 아니다. 그는 자신의 세계에서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게 아닌 하루벌어 도박하는 그 측은함의 사실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이 벤 멘델슨의 연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라이언 레이놀즈의 능수능란한 연기도 큰 몫을 한다. 쓸쓸함을 배가시키기 위해 주 장면들은 밤에 설정되었으며 밤에는 신난 게리도 낮에는 침울하고 빚에 쪼달리는 그런 모습들로 대비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인가 밤에도 쓸쓸한 게리의 모습으로 전환되며 이 때는 게리의 우울한 도박 중독자의 일상에 어느덧 동화를 이루게 된다. 다시 밝은 아침에 게리는 사리지고 커티스만 남게 된다. 마추픽추의 희망을 제시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