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세우기를 통한 교실 혁명

저자
마리엔 프랑케, 그리쉬 지음
출판사
샨티 | 2011-06-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부모님이 등 뒤에 계신다고 상상하고 문제를풀어봐.” ― 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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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독일의 교사였다. 그녀는 25년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녀의 원칙은 아이들 속에 숨겨진 아이들의 부모와 가족들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를 볼 때마다 선생님은 이 교실 안에 함께 계신 너희 부모님을 본단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이 교실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너희 스물두 명만이 아니라 나까지 포함해서 스물 세 가족이라는 뜻이지. 너희의 아빠와 엄마, 거기에 선생님과 선생님의 두 아이, 또 이 두 아이의 아빠인 선생님의 남편까지 총 일흔 명이 이 교실 안에 있다는 얘기야."

이렇게 시작한 가족 세우기는 먼저 수학 문제를 풀 때 부모님이 뒤에서 내가 하는 걸 지켜보고 계신다 라고 가정할 때와 그냥 문제 풀때를 비교해본다. 아이들의 느낌을 비교해보고 성적을 비교해본다. 그 다음은 부모님 중 누가 뒤에 있다고 느낄 때 문제가 더 잘 풀리는가? 더 나아가 가족 중 누군가가 뒤에 있다고 느낄 때 더 힘이 나게 잘 할 수 있는가? 의 과정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가족세우기를 하는데..말 그대로 가족들의 역할을 정해서 직접 일으켜 세워보는 작업이다.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 등 역할을 할 친구를 우리반에서 직접 내가 고른다. 그리고 그 역할을 맡은 친구들의 위치를 직접 정한다. 이렇게 하는 과정을 통해 아동이 느끼는 가족간의 심리적 거리를 확인할 수 있고 아동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다. 또한 가짜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털어놓을 수 있다. 그리고 참관자들과 그 역할을 맡았던 친구들은 그 아이의 정서를 이해하고 동화되는 순간까지 경험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과연 이러한 프로젝트를 한국 교육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 아니 무엇보다도 내가 접목 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들었다. 첫째로 독일과 다르게 우리는 다인수 학급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가족 등의 문제는 너무 민감한 사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같은 아이들을 몇년간 지도할 수 있는 독일 교육 시스템 안에서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다. 교사-학부모의 친밀도 및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고, 섣불리 진행하다가는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러운 시도같다. 나 스스로도 많이 수련되고 연습이 많이 필요한 프로젝트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교육 활동의 도움보다는 나 스스로 치유되는 지점을 발견하였다.

"예컨대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아이가 있다고 해보자. 어린아이는 삶의 끝이 죽음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당연히 이 크나큰 상실을 충분히 애도할 수도 없다. 이 나이 또래 아이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권은 아버지와 그의 죽음에 대한 기억을 무의식의 창고 안에 묻어버리는 것뿐이다. 결국 아이는 감정적으로 얼어붙은 상태로, 곧 무의식적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따르고자 하는 강한 충동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더라도 그는 여전히 자살의 충동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는 부인과 자녀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없다. 너무나 강렬하게 죽음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어린시절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은 채 성장한 아이라는 걸 나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 알 수 없는 우울감의 무게들이 계속 내 몸을 짓눌렀었다. 아마 내가 마리엔 선생님을 만나서 그 시절 마음을 털어놓고 가족 세우기를 했었더라면 아버지의 죽음을 보다 건전하게 떨쳐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가족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에 모두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외면하여 각자의 방에 들어갔다. 서로가 아프지만 서로 보드담아 주지는 못했다. 각자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고 각자 힘들어했다. 아마 그 때부터 나는 '가족'의 무게가 견디기 힘든 참기 어려운 부분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아버지가 안계셔' 등을 담담하게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로는 '아버지가 안계셔'라는 건 나에게 온전한 가족은 존재하지 않아. 나는 불완전한 가족의 일부분이야. 나는 완벽하지 못한 가족을 가졌어 등의 동의어 들이었다. '완벽하지 못한 가족'을 가진다는 것도 참을 수 없었는데 그 완벽하지 못한 가족들 마저도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는 너무나도 강렬하게 죽음에 이끌렸던 것이다. 각자 강렬하게..

저자는 이런 죽음의 트라우마를 잘 알고 있었는지 아이들에게 여러 번 죽음에 대한 테마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건 어른이 되어서도 힘들다.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해 쉽게 내몰 순 있지만 그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너무나 매몰차게 생략되어 있다. 오히려 죽음에 관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는 작품들이 서양 동화에는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아이들은 놀랄만큼 죽음에 대해 침착하게 사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책에서 소개된 어떤 아이의 일기

"죽음 그리고 죽어감에 관하여

나는 엄마와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이미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두 분을 다시 만나게 되면 내가 두 분을 사랑한다고 말해드릴 수 있을 텐데. 때때로 나는 꿈속에서 부모님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두 분을 안아드리고 싶어진다. 밤에 잠자리에 들고 난 뒤 다시는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죽고 난 뒤, 나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를 입양해 준 부모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 테고, 그 두분에게 "저는 두 분을 정말 사랑해요. 그리고 저에게 해주신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드려요" 라고 인사를 전하고 싶다 "

돌아가신 부모님도 그리워하고 지금 부모님도 사랑하지만 그게 죄책감 처럼 느껴지는 아이의 작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양가의 감정을 스스로가 정리하는 작업은 가족세우기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죽음과 함께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충격적인 것이 부모님의 이혼일 것이다. 저자는 또다른 프로젝트를 통해 이혼 가정의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자 노력하였다. 물론 가족 세우기의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이 외에도 독일에서 흔한 이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모국어 사용의 중요성(이민 가족의 경우) 등에 대한 실례와 관련 프로젝트 과정 등을 설명해 주었다.

비록 나의 짧은 식견으로는 이런 식의 치유법을 아이들에게 해줄 수는 없겠지만, 최소 부모님때문에 (사별,이혼 등) 상처를 겪은 아이에게는 어떤 식으로 말을 건네야 할지는 알게 되었던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또한 나의 근원적인 문제점도 직면했던 순간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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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atine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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