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영화 2017. 8. 15. 23:33

덩케르크

http://www.imdb.com/title/tt5013056/?ref_=nm_flmg_wr_2


1. 시간 : 크리스토퍼 놀란의 '시간' 에 대한 알레고리는 언제나 훌륭하다. 베트맨 시리즈를 제외한 모든 작품들에 '시간'에 대한 통찰력을 우아하게 보여주는데 언제나 그 방식에 있어서 경이롭고 혁신적이었다.
이번 작품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인정 할만 하다.

분열된 세 공간과 시간이 하나로 수렴되고 응집되는 과정이 그 
어떤 서사보다도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줄 것이라는 건 상상도 못해봤다.

공간과 시간의 평면적인 구성을 입체화하는 것은 놀란의 그야말로 놀라운 특기이자 재능이다.

전작 ‘인터스텔라’ 역시 시간에 대한 우화라 할 수 있는데, 마치 로버트 하인라인의 <은하를 넘어서> 가 연상되었던 이 아름다운 필름 아이맥스를 보기 위해서 필름 상영관에서 한 번 관람, 아이맥스(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지방의 한 상영관에서 관람하기 위해 몇 시간씩 운전해서 겨우 시간에 맞춰 관람한 후 다시 몇 시간 걸려 운전하고 돌아왔던 적이 있었던) 에서 관람, 그냥 평범한 상영관에서 관람 하였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아이맥스관이 있는 시드니에 ‘인터스텔라’를 보기 위해 주말에 다녀와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몇 주간 했었다.

극장에서 같은 영화를 3번이상 본 건 타란티노의 ‘킬빌’ 시리즈, 기타노 다케시 영화들을 제외하곤 처음이었다.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만큼 놀란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고 전작인 ‘인터스텔라’를 너무 사랑했었다는 것이다.

2. 체험 : 놀란은 이 작품을 처음부터 작정하고 체험형이라고 명시하였는데 그 말은 거짓은 아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덩케르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만큼 실감났는데 이는 3D, 4D와는 다른 시각적 체험이었으며 시각, 청각을 촉각화, 공감각화하는데 있어서 종전에 본 적 없는 방식이었다.

3. 덩케르크 철수 작전 : 뭐 역사적으로 얼마나 의미 있고 기적같은 사건이며 그 이후 전쟁의 판도를 바꾼 획기적인 챕터라는 데 있어서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외국사람들에게 명량해전이 막연하듯이 나 역시도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 그저 글자 그대로의 의미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았기에 원론적인 ‘전쟁’에 대한 감정이입 뿐이었다.

따라서 전쟁의 참상을 일반 사병의 시각으로 대사도 없이 잘 전달했다는 여러 리뷰들 역시 ‘덩케르크 철수 작전’에 대한 이해보다는 덩케르크 = 전쟁이라는 일반화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라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수 많은 전쟁들 중 하필 놀란은 왜 ‘덩케르크’ 였을까?

4. 너 잘났다 : 내가 감독이거나 편집담당이라면 마지막 몇 분은 통째로 잘랐을 것이다. ‘Great England’ 를 과도한 감정 과잉으로 묘사하고 할애하였던 점이 몹시 불편하였다.

그래 너네는 하도 위대하여서 아무것도 못하고 철수 당해서 돌아온 병사들을 일일이 격려해줄 줄도 아는 너그러움이 있으며, 철수 작전을 지시했던 수상도 있었고, 마지막 잉글랜드인 까지 다 구하고도 프랑스 군인들을 돕겠다는 자애로움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 책임감 까지 갖춘 사령관도 있었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공습을 막아낸 훌륭한 군인들도 있었고 등등의 고귀한 정신까지 갖췄다 이거 아니냐. 
저런 식의 민족적 우월감을 보고 있자니 F**king England 를 외치고 싶었다. 물론, 사실에 대한 충실한 묘사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으나 쓸데없는 감정 과잉의 노출은 그것이 사실이라 할 지언정 그 저의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5. 세월호 트라우마 : 세월호 사건 이 후 이와 비슷한 장면(배가 난파되거나 사람들이 망망대해에 물에 빠져서 사투를 벌이는 장면 등) 에 대해 의도적으로 피해왔는데 이 영화 역시 이 부분이 많이 집약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세월호 사건들과 중첩되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생존을 위한 사투는 현실이든, 허구이든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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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atine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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