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 of interest

TV 2016. 3. 13. 00:17

<이세돌 VS 알파고> 

http://www.imdb.com/title/tt1839578/?ref_=nv_sr_1

바둑이라면 그저 유명한 기사들의 이름 정도 아는 수준이고 인공지능은 영화속에서만 접했을 뿐이기에 사실 이 세기의 이벤트에 그다지 할말이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 이벤트를 보며 유독 떠오르는 TV SHOW 가 있으니 그건 'Person of Interest' 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동생인 조나단 놀란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있는 이 시리즈는 시즌 1,2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계속된 시즌으로 이어지는 듯 했지만 어느 순간 뜨드미지근한 시청율로 인해 시즌 5가 파이널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 시즌 5도 언제 방영일정이 잡힐지(IMDB에서는 2016이라고만 뜬다) 알수 없는 오리무중의 TV SHOW 가 되었다. 일단 이야기의 컨셉은 매우 간단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모든 걸 감시하는 슈퍼인공지능(목적은 대테러 방지용이라고는 하지만)이 테러관련자들의 정보를 모아서 비밀정보국에 전송하고 요원들은 그들을 제거하는데 이 인공지능은 테러는 아니지만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정보들을 따로 분류하여서 그들을 이른바 요주의 인물(person of interest)로 지정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만든 이는 처음에는 이런 관련성있는(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자들의 번호(이름대신 번호로 출력)를 무시하다가 특별한 계기를 통해 몰래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이다. 

하지만, 갈수록 드라마의 내용들은 복잡성을 띄게 되고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게 되는데.. 시즌 1이 내부 비리 경찰과 이를 막기 위한 구조로 진행되었다면 시즌 2부터는 초슈퍼인공지능의 존재를 알게 된 몇몇의 이들이 이를 '절대자'라며 신뢰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갈등들('기계'를 살릴 것인가, 인간을 살릴 것인가)에 직면하게 된다. 윤리적인 관점에서는 슈퍼인공지능보다는 당연히 휴머니티적인 맥락에서라도 '인간'에게 보다 방점을 찍어야할 듯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구조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어째서 불안정하고 이기적인 '인간'을 위해 감정도 있고 사고능력도 고차원적이며 논리적인 '기계'를 우선순위에서 배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리고 스스로의 사고능력도 내장되어 있고 심지어 자신이 위기상황인지도 알 수 있고 자신을 창조해준 창조자에 대한 경외감과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유대감도 지니고 있는 '기계(머신)'가 얼마나 초월적인 존재인지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시즌이 진행됨에 따라 이 기계에 대한 공감대는 더욱 형성되기 마련이다(물론, 인물들의 상반된 전개들 덕분에 이게 더욱 극적인 대비효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기계는 우리 인간들이 보다 더 나은 세상을살기 위해 만들어진 부차적인 존재들일 뿐이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점점 이런 일반적인 관념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정말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면 ('더 나은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한 유토피아의 전형이라 가정할때), '갈등', '분쟁' 등의 양상등을 모두 사전 데이터 등을 통해 통제가능한 영역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면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은 사람이 아닌 기계에 의해 에러를 최소화 시킴으로 해서 구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흔하디 흔한 클리세의 전형들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음울하게 그린다거나 분쟁의 기미를 말살시키기 위해 인류를 처형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기계는 정말 '완벽한 세상'을 위해 하나하나의 조정과 분쟁들을 교묘하게 통제하고자 한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는 두 대의 '기계'가 충돌하는데 하나는 그냥 '머신'이라고 불리며 하나는 '사마리안'이라고 불린다. 이름에서 명백히 드러나듯이 '머신'은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고 있으며 인간 세계와 조화를 이루고자 묵묵하게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고 인간의 통제선에서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조절한다,반면 '사마리안'은 나름대로 세계를 통제하여 평화를 구축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이다.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때 이루어지는 평화가 평화인 것인가? 아니면 갈등과 분쟁을 통한 수많은 피의 희생등을 통해 이루어진 평화만이 진정한 평화라 할 수 있을까? 이런 평화가 오기는 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져주고 있다. 실제로 '사마리안'은 모든 것들을 통제하고 그에 따른 희생을 감내하지만 그가 운영하는 사회는 매우 평화로운 듯 비춰진다. 그래서 과연 시즌 파이널에서는 이런 '머신'과 '사마리안'의 대결을 어떤 식으로 결론낼지 매우 흥미롭긴 하다. 과연 불완전한 '인간'보다 완벽하고 사고능력도 뛰어난 '인공지능'에 의해 우리 사회가 운영된다면 정말 그 어떤 사회문제들도 최소화하여 평화로운 유토피아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혹은 이런 환타지적인 전제가 실제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게 윤리적인 관점에서 용인가능한 지점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또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시즌 3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스토리 축 중 하나가 '자경단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은 국가라는 거대권력이 전체사회를 위한 평화라는 명분 아래 각 개인들의 일상생활을 감시하고 프로그램화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에러'들에 의해 희생될 수 있는 점들을 제시하며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언급한다. 결국 다수를 견제하는 소수들의 결사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해 주고자 하는데 이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이를 믿고 따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에러'들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가 보여주고자 하는 지점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점들을 구현할 수 있는 완벽한 '슈퍼인공지능' 이 제시해주는 '완벽한 세계'에 초대받았을 때 이를 응하는 것이 합당한가 아니면 불완전한 '인간'이 구현하는 사회들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야하는지에 대한 물음들이다.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스스로의 해답을 찾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바라본 이번 세기의 이벤트는 현재의 인간 중심 패러다임이 변형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든 이벤트였다.사실 서양철학에서 신 중심 사회에서 인간 중심 사회로의 의식 전환이 된 것이 불과 몇 백년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점을 굳이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현재 정치사회처럼 아무런 희망조차도 보이지 않은 형국들의 끊임없는 재생에 지치면 차라리 인간보다는 '슈퍼인공지능'이 낫겠다는 자포자기의 터무니 없는 발상이 나온다 해도 그리 기이해 보이진 않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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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atine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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