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Mass

영화 2016. 1. 7. 14:51

* 약한 스포일러 포함

http://www.imdb.com/title/tt1355683/?ref_=fn_al_tt_1

보스턴 남부지역에서 악명을 떨쳤던 범죄자 '화이트 벌저(조니뎁 분)'가 사실 FBI 정보원이었다는 사실을 다루고 있는 실화. ...

1. 범죄영화를 가장한 멜로물인가

이 영화의 핵심은 '화이트 벌저'의 동생이 영향력이 막강한 상원의원 '빌리 벌저'(베니딕트 컴버배치 분)이라는 게 아니라 FBI 요원인 '존 코널리'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거물급 범죄자가 되었는가에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빌리 벌저'는 형과의 관계에 어떤 식으로 사사롭게 개입하지 않는지만을 수차례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빌리 벌저'는 많이 배제된 채 영화는 진행된다(컴버배치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화이트 벌저'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영화 초반부에서의 설정은 '대부'의 '돈 꼴레오'처럼 냉정할땐 냉정하고 인자할 땐 인자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남부사람들 모두들 지미를 좋아했어요" 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좀도둑이어었던 지미가 아들의 죽음과 FBI 와의 결탁으로 더욱 잔인해지며 거침없는 범죄자가 되었음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마치 착한 마음씨를 지녔던 조무라기 건달이 시스템의 비호아래 혹은 가족을 잃은 슬픔이 기폭제가 되어 인정사정없는 대형 범죄자가 되었다는 듯이 말이다. '시스템이 키웠죠' 라는 인상을 계속 남기고 있다. 그렇게 되니 화살의 지점은 처음 지미를 정보요원으로 고용한 FBI 요원인 '존 코널리(조엘 에저튼 분)'에게 쏠려 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모두들 존에게 화살을 돌리지 지미를 탓하는 사람은 없다. 그의 동료들도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지미랑 친하게 지내는 존을 비난하기만 할 뿐이다. 정말 존이 마피아 소탕을 위해 지미를 이용하였는지 아니면 지미의 범죄 세계 구축 일환으로 자신이 희생된건지, 아니면 지미의 범죄 세계 구축을 도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린 시절 지미가 자신을 구해줬다는 이야기만 여러 차례 언급 될 뿐 왜 그다지도 지미의 비호세력이 되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실제로 지미가 제시했다는 정보도 이미 다른 정보원들의 이야기를 존이 다시금 가공하여 지미가 제공한 것 처럼 FBI 에게 건네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게 존에겐 어떤 의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어찌보면 지미에 대한 존의 짝사랑 내지는 경외의 감정을 다룬 범죄영화를 가장한 퀴어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너가 죽인것 아니지?" 라고 물어보는 존의 말투에는 애절함만이 가득 담겨 있을 뿐이다.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건가?

2. '대부'가 되고 싶었던 조니 뎁

실제 '화이트 벌저'의 스타일이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조니 뎁의 연기는 '대부'의 말론 브란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가족에 대한 애정 가득한 태도와 킬러로써의 냉정함. 말투, 머리를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 등 말론 브란도를 염두해두고 연기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극악무도하게 잔인해진 후반부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인자함도 사라지고 오싹함과 잔인함만 흐를 뿐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도 과하지 않은 조니뎁의 연기였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화이트 벌저'라는 인물의 고유한 색깔을 좀 더 입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3. 가족과 식사

이 영화의 또다른 중심 키우드는 '가족'이다. 애시당초 존 역시도 지미를 '거리에서 만난 가족'으로 치부한 바 있으며 지미 역시도 가족들에 대해서 만큼은 한없이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런 '가족'의 키워드를 보여주는 장치로 수많은 식사 장면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대화의 상당부분도 식당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가족적인 '유대감'을 중요한 전제로 설정하였기에 지미의 북아일랜드 무기 지원은 자연스러게 납득할 수 있다. 또한, FBI 요원인 '존 모리스(데이빗 하버 분)'과 요리이야기 중 '가족 비밀'을 쉽게 이야기하자 크게 격분하는 점은 중요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존 역시도 이런 '가족의 유대감'에 편입하고자 지미에게 접근하였는지도 모르겠다.

4. 너무 친절한 설명

영화의 흐름은 지미(화이트 벌저)에 대한 증언을 하는 댓가로 형량을 거래한 벌저 일당들이 이야기를 인터뷰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FBI 요원들이 질문하고 이에 대답하면서 이야기들을 설명해주는 흔하디 흔한 구성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형식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친절하게 묻고 답하기를 해줘서 문제풀이 같은 느낌도 들었다. "존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라고 물으면 다음 장면 곧바로 존이 알고 있는 듯한 장면으로 전환되는 형식. 따라서 이건 어디까지나 증언자들의 시선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사로운 감정들이 개입되줘야 하는데 전지적 시점으로 묘사하다보니 증언자들에 대한 무게 중심이 사라지고 주변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증언자들의 비중이 크게 와닿지 않게 되었다. 자고로 범죄영화는 두목 못지 않게 부하들도 눈에 띄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증언자들의 증언이 제시될 땐 상당한 클로즈업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 표정변화 등의 미세함으로 증언자들에 대한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셈인데 그러기엔 내러티브 구성이 너무 많이 상이한 형태였다.

*덧붙여서 : 코리 스톨 아저씨(프래드 역)가 나와서 반가웠다. House of cards 에서 보고 응원했던 '피터 루소'인데 이렇게라도 보니 좋았다. 왠지모를 정겨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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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atine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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