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ful 8

영화 2016. 2. 28. 16:54

뒤늦게 메가박스에서 본 헤이트풀8.. 일단 타란티노가 이거 시나리오 유출되는 바람에 영화화할 생각을 접고 다른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중 사무엘 잭슨은 이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화할 것을 적극 설득하였다. 그래서 영화가 만들어졌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 아쉽게도 칠십미리 상영관에서 보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극장에서 봤다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촬영.미술. 음악. 조명.심지어 의상과 소품 등 무엇하나 아쉬운점이 없는 완벽함을 선사해주지만 무엇보다도 시나리오의 힘이 엄청나다. 개인적으로 타란티노의 수다들을 엄청 좋아하는데.. 이를 테면 '저수지의 개들'에서 나오는 마돈나 이야기랑 팁 문화에 대한 오랫동안의 설전 등.. 이번 영화에서는 그 특유의 수다들이 많아져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또한 '저수지의 개들'에서의 달리샷을 엄청 좋아했는데 헤이트풀8에서도 그런 분위기의 또 다른 변형이 나와서 몹시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챕터5까지 나오지만 타란티노의 나레이션이 나오는 지점까지 전반부 그 이후로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미국 남북전쟁 후 사회에 대한 수다스러움과 각 인물들간의 (서로의 사회적 신분과 입장들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설원과 좁은 잡화점 안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타란티노의 나레이션을 기점으로 갑자기 추리극으로 전환된다. 각자의 입장(남북전쟁 및 흑인에 대한 시각차)은 이제 배제된 채 '이 안에 범인이 있다'의 밀도높은 긴장감으로 뒤바뀐다. 마치 로드리게즈의 '황혼에서 새벽까지' 처럼. 하지만 '황혼에서'처럼 뜬금없지는 않고 그 전환이 매우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 이 역시 각각 스토리들을 챕터로 설정한 힘이며 타란티노의 나레이션(스토리 개입)의 효과 덕인 듯 하다. 각각 캐릭터들이 가지는 힘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물들의 동선만으로도 긴장감은 극한에 이르게 된다. 연극적 플레이의 향연들이 곳곳에 날리는 미세한 눈발들과 인물들의 정확한 움직임(한명이 클로즈업 된 채로 이야기를 하면 뒷 배경으로 커피를 타거나 불을 쬐는 등 간과할 수 없는 움직임들)과 함께 한씬 한씬 메꾸어지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하였다. 특히나 조명 아래 정말 미세하게 날리는 눈발들과 끊임없이 들려오는 눈보라 소리들!! 라스폰트리에의 '도그마' 처럼 대놓고 연극적이지 않게 하면서 대사의 연결을 연극적인 스타일로 연출한 것도 한정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긴장감을 잘 표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따라서 이런 긴장감은 평소 타란티노 스타일의 유혈낭자보다는 적재적소의 낭자가 더 효과적이고 어울린다. 만약 후반부의 유혈낭자씬이 더 많았다면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가질 순 없었을 것이나 진짜 딱 필요한 부분에만 멋지게 갈겨진 액션씬들 덕분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저 마이클 매더슨과 팀 로스의 조합을 본 것 만으로도 흥분되는 영화였다. 가장 극적인 등장의 채닝 테이텀! 이렇게도 멋진 등장은 없었을 것이고 아주 짧게 등장하였지만 내가 봤던 채닝 테이텀 영화 중 가장 멋졌다!!!! 정말 칠십미리로 못 본 게 두고두고 아쉽다(우리나라는 상영하는 곳이 없기도 하였지만 ㅠㅠ).. 아 그리고 타란티노가 모티브로 삼았다던 'the thing' 도 꼭 봐야 할텐데...언제 보게 될지는 기약할 수가 없지만..

그리고 엔리오 모리꼬네의 말랑말랑한 음악들이 아닌 서스펜스 넘치는 음률들 역시 최고였다.. 역시 타란티노는 음악을 영화에서 극대화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언제나 그렇듯이)
http://m.imdb.com/title/tt346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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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atine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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